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가 미국 박스오피스를 뒤흔들었다. 감독 장성호는 기술력과 스토리, 캐스팅 삼박자로 한국 콘텐츠의 가능성을 입증했다. “한국 작품인 줄 몰랐다”는 미국 관객들의 반응은 놀라움 그 자체였다.
엔딩 크레딧에서야 드러난 ‘한국 작품’의 정체
올해 4월 미국에서 개봉한 장성호 감독의 애니메이션 영화 킹 오브 킹스는 개봉과 동시에 흥행 돌풍을 일으켰다. 6천만 달러(약 815억 원)를 넘는 수익을 기록하며, ‘기생충’을 제치고 미국에서 가장 많이 본 한국 영화라는 타이틀까지 거머쥐었다. 관객 반응도 뜨거웠다. 관객 평점 지수인 로튼토마토 팝콘 지수 97%를 기록하며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장 감독은 “미국 관객들이 이 영화가 한국에서 제작된 줄 전혀 몰랐다가, 엔딩 크레딧을 보고 ‘믿을 수 없다’며 놀라는 반응이 많았다”며 “기술적인 측면에서 자신 있게 한국 애니메이션 사상 최고의 퀄리티라고 말씀드릴 수 있다”고 자부심을 드러냈다.
‘예수 이야기’를 풀어낸 보편적인 감성
킹 오브 킹스는 찰스 디킨스의 미발표 소설 우리 주님의 생애에서 영감을 받아, 디킨스가 막내아들 월터에게 예수의 탄생 이야기를 들려주는 구성으로 전개된다. 종교적 메시지보다는 사랑, 가족, 회복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중심에 두었다.
장 감독은 “예수를 소재로 한 만큼 종교적인 경계가 있을까 걱정했지만, 미국에서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며 “관객들은 이 이야기를 사랑과 가족, 관계 회복이라는 공감 가능한 이야기로 받아들였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전략은 글로벌 흥행으로 이어졌다. 연말까지 90개국 개봉이 예정돼 있으며, 협의 중인 국가까지 합치면 120개국에서 관객과 만날 예정이다.
디즈니 뺨치는 캐스팅, 이병헌도 참여했다
장 감독은 오리지널 애니메이션으로 승부하기 위해 디즈니급 캐스팅에 공을 들였다. “디즈니도 원작이 있는 콘텐츠로 시장을 공략해요. 오리지널로 흥행한 사례는 거의 없죠. 그래서 미국 관객이 익숙한 소재인 ‘예수’를 선택했습니다.”
미국판 목소리 연기에는 케네스 브래나, 우마 서먼, 벤 킹슬리, 피어스 브로스넌, 포리스트 휘터커 등 A급 배우들이 대거 참여했다. 한국어 더빙 역시 화려했다. 이병헌이 찰스 디킨스 역을, 이하늬가 캐서린 디킨스 역을 맡았고, 진선규(예수), 양동근(베드로), 차인표, 권오중, 장광 등 실력파 배우들이 총출동했다.
장 감독은 “할리우드에서도 ‘이런 캐스팅은 두 번 다시 없을 것’이라는 얘기를 들었다”며 “이상하리만큼 캐스팅 운이 좋았다”고 웃었다.
한국 배우들의 진심, 제작 전부터 함께했다
놀라운 점은 이들 배우 대부분이 영화가 흥행하기 전부터 참여를 확정했다는 것이다. “제안하자마자 거의 다들 수락해주셨어요. 특히 이병헌 씨는 종교가 없는 분인데도, 예수에 대해 관심을 갖게 됐다고 하시더라고요. 연기적으로는 뭐라 말할 필요도 없는 훌륭한 배우죠.”
장 감독은 “킹 오브 킹스는 종교 영화라기보다는 사랑에 관한 이야기”라며 “예수가 세상에 온 이유도 결국은 사랑이니까요. 찰스 디킨스와 아들이 관계를 회복하는 모습까지 담아냈기에 종교와 관계없이 누구나 공감하며 볼 수 있을 겁니다”라고 강조했다.
사랑과 회복, 그리고 새로운 가능성
킹 오브 킹스는 단순히 애니메이션 한 편의 성공이 아니다. 한국 애니메이션이 기술과 스토리, 글로벌 시장 공략 모두에서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남을 것이다. 장성호 감독은 앞으로도 보편적인 감성과 독창적인 스토리텔링을 통해 전 세계 관객의 마음을 움직이는 작품을 만들고자 한다.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감정, 그리고 가족과의 관계 회복이라는 메시지를 중심에 뒀기에 세계 어디에서나 통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킹 오브 킹스는 한국 콘텐츠의 미래가 어디까지 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출발점일지도 몰라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