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uesday, June 24,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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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호랑이’ 이지훈, “이 영화는 강요가 아니라 치유입니다”

세월호 잠수사 故 김관홍 씨의 실화를 모티프로 한 영화 ‘바다호랑이’. 배우 이지훈은 이 영화를 통해 관객이 고통을 마주하되, 함께 치유받는 시간을 갖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치유를 위한 진심, “이건 고발이 아닌 인간 이야기입니다”

“돈을 벌려고 간 현장이었다면 들어가지 않았을 겁니다.” 세월호 실종자 수색에 투입되었던 민간 잠수사 고(故) 김관홍 씨가 생전에 남긴 이 말은 영화 ‘바다호랑이’의 출발점이 된다. 김 씨는 생의 마지막까지도 잠수병과 트라우마에 시달렸고, 구조 현장에서의 책임을 동료 잠수사에게 돌리려 했던 당시 시스템의 부당함에 깊은 상처를 입었다.

영화 ‘바다호랑이’는 김관홍 씨의 실화를 토대로 만들어졌지만, 결말은 다르다. 주인공 경수는 실종 학생의 유가족에게서 용서를 받고 가족의 품으로 돌아간다. 배우 이지훈은 “슬픔을 강요하는 영화가 아니라, 아픔을 겪은 이들이 서로를 위로하며 회복하는 영화”라고 이 작품을 정의했다. “새드엔딩이었다면 저도 연기하면서 무너졌을 겁니다. 하지만 이 영화는 희망의 가능성을 열어주는 이야기예요.”

절제된 감정의 무게, 그리고 물 한 방울 없는 바다

영화 속 경수는 한때 해외 취업을 눈앞에 두고 있던 전문 잠수사였지만, 세월호 실종자 수색을 위해 자원해 진도로 향한다. 처음에는 평정심을 유지하지만, 수색 과정에서 겪은 정신적 충격과 사회의 냉대 속에 점점 파괴되어 간다. 그는 결국 가족에게도 폭력적으로 변해가며 고립된다.

연기를 맡은 이지훈은 캐릭터에 몰입하면서도 “실존 인물의 고통을 단순히 따라 하려 했다면 오히려 거짓처럼 보였을 것”이라며, “내가 그런 상황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렇게 나의 감정으로 채워나갔다”고 말했다. 촬영이 끝난 후에도 ‘세월호’라는 단어만 들어도 감정이 북받쳐 눈물이 나는 날이 많았다고 털어놓는다.

상상으로만 그린 진실, 실험적인 무대 위에서

‘바다호랑이’는 형식부터 남다르다. 거대한 세트나 실사 촬영 없이, 연극 무대처럼 꾸며진 공간 안에서 모든 장면이 진행된다. 물속 장면조차 물 한 방울 사용되지 않고, 시신 수습 장면도 오직 마임과 클로즈업만으로 표현된다. 이지훈은 “모든 연기가 나에게서 출발해야 했기에 더 힘들었지만, 동시에 놀라운 경험이었다”고 말했다.

사실 이 영화는 당초 100억 원 규모의 대작으로 기획되었지만, 투자 문제로 인해 2억 원이라는 소규모 예산의 실험작으로 전환됐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주국제영화제에서 가장 뜨거운 반응을 얻었고, 개봉 전부터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고 있다.

“이 영화가 작은 출발점이 되기를”

관객들의 반응은 한결같았다. “소리 내 울지 못했다”는 것. 죄책감과 미안함이 교차하는 감정이었다. 이지훈은 “당시 민간 잠수사들이 얼마나 헌신했는지, 또 어떤 대우를 받았는지 모르는 분들이 많았던 것 같다”며 “이 영화가 그 진실을 들여다보는 작은 시발점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지훈은 마지막으로, “그분들의 선의를 이용하고 책임을 전가했던 잘못된 기억을 바로잡는 데 이 영화가 조금이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란다”며, 관객과 함께 치유의 의미를 나누고 싶다는 진심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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