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체와 재구성이라는 철학을 고수해 온 사카이가 K-팝 대표 그룹 세븐틴, 그리고 퍼렐 윌리엄스가 만든 주피터와 손을 잡았다. 브랜드의 정체성과 아티스트의 감성이 만난 이 협업은 단순한 컬렉션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
해체와 조립, 사카이의 방식대로
1999년 브랜드를 론칭한 이후, 사카이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아베 치토세는 일관된 디자인 철학을 지켜왔다. 익숙한 것을 해체하고, 전혀 다른 조합으로 새롭게 완성하는 방식이다. 사카이의 이런 미학은 협업에서 더욱 뚜렷하게 드러난다.
최근 사카이는 13인조 보이 그룹 세븐틴, 그리고 퍼렐 윌리엄스가 설립한 경매 플랫폼 주피터(JOOPITER)와 협업을 진행했다. 이 협업은 단순한 패션 콜라보에 그치지 않는다. 세븐틴의 신곡 ‘Bad Influence’ 뮤직비디오에 등장하는 커스텀 레더 재킷, 멤버 11명의 사인이 담긴 티셔츠, 그리고 사카이×세븐틴×라부부의 한정판 인형이 현재 주피터 웹사이트에서 경매 중이다.
세븐틴과의 만남은 어떻게 시작되었을까
이번 협업은 의외로 자연스럽게 흘러왔다. 아베는 “퍼렐과는 원래 친구처럼 지내던 사이였다. 그를 통해 세븐틴을 알게 되었고, 흥미롭게도 협업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사카이로서는 처음 진행하는 K-팝 아티스트와의 협업인 만큼 의미가 크다.
“대부분 멤버들과는 화상으로 소통했지만, 호시와 버논은 도쿄 스튜디오를 직접 방문했다. 브랜드에 대한 깊은 이해와 존중이 느껴졌다”는 아베의 말에서도 협업의 진정성이 묻어난다. 세븐틴은 단순한 모델이 아니라, 창작의 파트너로 참여했다.
사카이의 시선으로 해석한 세븐틴
‘Bad Influence’ 뮤직비디오에서 멤버들이 착용한 의상은 사카이×칼하트 WIP 제품을 커스텀한 것이다. 진주, 스터드, 세이프티 핀 등으로 장식된 재킷은 사카이 특유의 해체적 미학과 장인 정신이 녹아 있다.
또한 멤버별 개성을 반영해 디자인된 의상은 각자의 캐릭터를 살리면서도 그룹으로서의 조화를 보여준다. 아베는 “전부 풀 룩을 입은 멤버들을 보는 순간, 걱정이 괜한 것이었단 걸 알았다. 각자의 매력이 뚜렷하면서도, 묘한 일체감이 느껴졌다”고 전했다.
숫자로 완성된 시너지, S×J×17
이번 협업은 의상뿐 아니라 머천다이즈도 함께 출시되었다. 티셔츠, 후디, 볼캡 등으로 구성된 이 컬렉션의 핵심은 사카이의 S, 주피터의 J, 그리고 세븐틴의 숫자 17을 조합한 새로운 엠블럼이다. 시각적으로도 이들의 정체성과 연대를 담아낸 디자인이다.
아베는 “세 브랜드가 공통적으로 지닌 가치는 ‘지지에 대한 감사’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있었던 이유도 서로를 믿고 존중했기 때문”이라며 협업의 메시지를 강조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단순한 패션 이벤트가 아니라, 창작자들 사이의 신뢰에서 비롯된 결과물이다.
라스트 퀘스천: 나쁜 영향?
세븐틴의 신곡 제목처럼, 최근 아베 치토세에게 영향을 끼친 ‘Bad Influence’가 있었는지 묻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딱히 없는 것 같다. 나는 지금, 아주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그 웃음 섞인 대답은, 이번 협업이 얼마나 즐거운 과정이었는지를 은연중에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