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상반기 최악의 침체기 맞은 극장가…여름 텐트폴 영화가 구세주 될까
‘야당’ 외엔 없다…상반기 흥행 참사
2024년 상반기 극장가는 그야말로 ‘빈집’이었다. 예상보다 못한 성적표를 받아든 대작들이 줄줄이 고배를 마시며 영화계는 코로나19 이후 최악의 침체를 겪고 있다. 관객 수 회복세가 멈추고, ‘천만 영화’의 그림자조차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올여름 ‘한 방’이 절실한 이유다.
가장 흥행한 작품은 4월 개봉한 한국 영화 야당(337만 명). 청소년 관람불가 등급의 벽을 넘어 300만 관객을 돌파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지만, 전체 시장을 떠받치기에는 역부족이다. 미션 임파서블 8과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은 각각 305만 명, 301만 명을 간신히 넘기며 그나마 흥행 순위 2, 3위에 올라 있다.
흥행작 상위권에 이름을 올린 작품 중 200만 명을 넘긴 영화는 단 두 편(히트맨 2, 승부)뿐이며, 100만 명대 영화도 네 편에 그친다. 배급사 관계자들은 “300만 명이 최대치인 시장”이라며 깊은 우려를 표했다. 올해 상반기는 그야말로 ‘기대작도 외면당한 시기’였다.
텐트폴의 역습…여름 극장가의 승부수
극장가는 다시금 여름 텐트폴 영화에 기대를 건다. 방학과 휴가가 몰리는 여름철은 여전히 관객 동원에 유리한 시즌. 배급사들은 이 시기를 겨냥해 ‘비기’ 같은 기대작들을 선보인다.
가장 주목받는 작품은 전지적 독자 시점. 약 300억 원이 투입된 이 대작에는 이민호, 안효섭, 블랙핑크 지수 등 한류 스타들이 출연하며 글로벌 팬덤을 겨냥한다. 전 세계 1억 뷰를 돌파한 원작 웹소설은 이미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등 다국어로 번역되며 흥행 가능성을 입증한 상태다.
또 하나의 기대작은 조정석 주연의 코믹 좀비물 좀비딸. 인기 웹툰 원작을 바탕으로 한 이번 영화는 딸바보 아빠가 좀비가 된 딸을 지키기 위한 고군분투를 유쾌하게 담아낸다. 파일럿에서 유쾌한 연기를 선보였던 조정석의 귀환에 많은 관심이 쏠린다.이 외에도 강형철 감독의 한국형 히어로물 하이파이브, 애니메이션 실사화 드래곤 길들이기 등이 개봉을 앞두고 있어 여름 극장가의 흐름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할리우드 대작들도 속속 출격 대기
한국 영화 외에도 굵직한 해외 대작들이 6월 중순부터 줄줄이 개봉하며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을 예정이다. 먼저 좀비 시리즈의 전설 28일 후의 3편 28년 후가 6월 19일 개봉한다. 대니 보일 감독이 다시 연출을 맡고, 킬리언 머피가 총괄 프로듀서로 참여해 원작 팬들의 기대를 모은다.
6월 25일에는 브래드 피트 주연의 레이싱 영화 F1 더 무비가 극장에 걸린다. 탑건: 매버릭의 조셉 코신스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으며, 실감나는 질주감을 예고한다. 7월 2일 개봉 예정인 쥬라기 월드: 새로운 시작 역시 기대작이다. 스칼릿 조핸슨과 조너선 베일리가 위험한 섬에서 펼치는 공룡 모험이 관객을 찾는다.
이외에도 디즈니·픽사의 엘리오(6월 18일), DC의 슈퍼맨(7월 9일), 미국에서 깜짝 흥행 중인 한국 애니메이션 킹 오브 킹스(7월 예정)까지, 여름 극장가는 국내외 블록버스터의 향연이 될 전망이다.
마지막 기회가 될까…여름에 달린 영화계 생존
올해 상반기 극장가는 ‘침묵’ 그 자체였다. 관객들은 OTT에 머물고, 극장가는 선택받지 못했다. 이 여름, 텐트폴 영화들이 그 흐름을 뒤집을 수 있을까. 한국 영화의 자존심을 건 신작들과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정면 승부가 영화계의 생존을 건 마지막 무대가 될지도 모른다.
지금 극장가에는 단순한 ‘성수기’ 이상의 의미가 담겨 있다. 관객의 신뢰를 되찾을 수 있을지, 한국 영화 산업이 다시 일어설 수 있을지, 모든 시선이 여름 스크린에 쏠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