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올리스트 유동훈 기획, ‘사랑하기 때문에’를 다시 연주하다
단 한 장의 앨범, 그러나 영원한 울림
대한민국 대중음악사에서 단 한 장의 앨범으로 깊은 인상을 남긴 인물이 있다. 바로 유재하다. 1987년, 교통사고로 세상을 떠나기 전 발표한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그의 짧은 음악 인생을 집약한 유작이자, 이후 수많은 뮤지션들에게 영감을 준 명반이다.
그리고 38년이 흐른 지금, 그의 노래가 오케스트라로 다시 울려 퍼진다. 콘서트 <유재하,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가 오는 7월 3일 인천 부평아트센터 달누리극장에서 개최된다. 이번 공연은 유재하의 고교 후배이자 비올리스트인 유동훈이 총괄 기획을 맡았고,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의 후원으로 제작됐다.
후배들이 완성한 ‘유재하 리사이틀’
이번 무대에는 클림(KLIM)오케스트라가 중심이 되어 유재하의 음악을 품격 있게 재해석한다. 비올리스트 유동훈을 비롯해 플루티스트 박해미, 오보이스트 강신우가 협연자로 참여하며, 방송인 김부긍 아나운서가 사회를 맡아 무대의 흐름을 이끈다.
특히 주목할 점은 이번 공연의 편곡 방식이다. 원곡의 감성을 해치지 않으면서도 오케스트라적 해석을 더해 유재하 음악의 서정성과 클래식한 깊이를 동시에 전달한다는 점이다. 제작사 애프터눈 레코드는 “이번 공연은 원곡의 의도를 최대한 보존하면서도 클래식 사운드로 풀어내는 시도”라고 설명했다.단 한 번의 단독 공연도 남기지 못하고 떠난 유재하. 그를 오래도록 기억해 온 팬들에게 이번 무대는 아쉬움을 채우고, 감사와 추억을 나누는 자리가 될 것이다.
시간을 넘어 사랑받는 노래들
유재하는 생전, ‘봄여름가을겨울’과 ‘조용필과 위대한 탄생’에서 키보디스트로 활동하다 1986년 밴드를 떠나 솔로 앨범 작업에 몰두했다. 자비로 800만원을 들여 만든 앨범 『사랑하기 때문에』는 1987년 8월 20일 세상에 나왔지만, 두 달 뒤인 11월 1일, 유재하는 교통사고로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났다. 향년 25세의 짧고도 아픈 이야기였다.
그의 음악은 시간이 흘러도 빛을 잃지 않았다. ‘사랑하기 때문에’, ‘그대 내 품에’, ‘내 마음에 비친 내 모습’ 등 수록곡들은 현재까지도 수많은 가수들이 리메이크하며 새로운 생명을 얻고 있다. 그의 앨범은 단순한 추억을 넘어, 대중음악의 기준점으로 기능하고 있다.
이번 공연은 단순한 헌정이나 복원이 아닌, 유재하 음악에 대한 진심 어린 존경과 해석이 담긴 무대다. 클래식과 대중음악의 경계를 허무는 이 무대는, 유재하가 남긴 단 한 장의 앨범이 오늘날에도 얼마나 유효한지를 다시금 증명할 것이다. “그대를 사랑하기 때문에”라는 말은 이제, 그의 음악을 사랑하는 우리가 그에게 건네는 말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