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와 자연, 실용성과 단순함을 바라는 현대인의 니즈가 부른 새로운 인테리어 트렌드가 있다. 바로 일본식 감성과 북유럽 디자인이 결합한 ‘재팬디(Japandi)’ 스타일이다. 여백의 미와 따뜻한 소재, 정제된 형태로 채워진 이 공간은 단순하지만 결코 심심하지 않다. 익숙하면서도 신선한 이 스타일은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사랑받고 있다.
두 문화의 교차점에서 피어난 감성
재팬디는 ‘재패니스(Japanese)’와 ‘스칸디(Scandi)’의 합성어로, 일본과 북유럽의 미학이 조화롭게 결합된 인테리어 스타일이다. 양 문화는 오래전부터 자연과의 조화, 단순한 삶에 가치를 두어왔다. 이 공통점은 실내 공간에서도 고스란히 드러난다. 깔끔한 목재 가구, 뉴트럴한 컬러 팔레트, 여백을 살린 구조는 기능성과 감성, 둘 다를 만족시킨다.
유명 인테리어 스타일리스트 콜린 킹은 재팬디를 “일상의 아름다움과 자연과의 교감을 강조하는, 고요한 미니멀리즘”으로 설명한다. 소수의 오브제만으로 공간을 구성하되, 그 각각이 고유의 역할을 갖고 질서와 장소성을 가진다는 점에서 재팬디는 단순한 스타일을 넘어 하나의 생활 철학으로 여겨진다.
과거로부터 이어진 영향의 역사
재팬디의 뿌리는 19세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일본의 미학에 매료된 덴마크 디자이너들은 ‘와비사비’ 개념을 자국의 ‘휘게’ 감성과 연결지으며 새로운 감각을 받아들였다. 이후 북유럽 디자인은 일본의 단순함과 자연주의에서 많은 영향을 받아 발전해왔다. 이 흐름은 오늘날까지도 지속되며, 재팬디 스타일의 기반이 되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이 스타일이 비록 일본과 북유럽에서 영감을 받았지만, 서구에서 형성되고 발전했다는 것이다. 일본인에게는 익숙한 공간이 서구인의 눈에는 신선하게 다가온 것. 그 간극에서 시작된 재팬디는 이제 세계 곳곳의 가정과 상업 공간에서 하나의 세련된 선택지로 자리 잡았다.
재팬디, 왜 지금 주목받는가
팬데믹 이후 우리는 집이라는 공간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복잡한 외부 환경에서 벗어나 고요한 안식처가 되어줄 공간, 삶의 본질에 집중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해졌다. 재팬디는 이러한 욕구에 응답하는 디자인이다. 단순하고 질감 있는 재료, 빛을 품은 구조, 그리고 평화를 전하는 분위기. 이 모든 것이 조화를 이루며 우리 삶을 정돈하고 위로한다.
인테리어 디자이너 제레미아 브렌트는 “재팬디는 시간이 지나도 질리지 않는 디자인”이라며, 일시적인 유행이 아닌 하나의 방향성을 제시한다고 강조한다. 우리는 지금, 단순함이 주는 깊이를 다시 바라보고 있다. 노구치 램프와 도자 화병, 오크 원목 테이블 같은 오브제를 통해, 시간이 지나도 변치 않는 아름다움을 우리 공간에 들여올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