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 기온이 30℃를 웃도는 여름날, 결국 우리의 손은 가장 시원한 옷을 찾게 된다. 한 장만 입어도 스타일이 완성되고, 움직임도 가벼운 마이크로 쇼츠는 그런 날에 제격이다. 특히 이번 시즌, 복고의 물결 속에서 다시 부활한 Y2K 스타일의 마이크로 쇼츠는 기능성은 물론 패션성까지 잡은 아이템으로 주목받고 있다. 잠시 사라졌던 Y2K 무드가 다시금 패션계의 중심으로 떠오르며, 런웨이에는 과감한 길이의 쇼츠가 속속 등장하고 있다. 마틴 로즈의 2026 S/S 남성복 쇼에서는 주머니가 삐져나올 정도로 짧은 데님 쇼츠가 등장해 화제를 모았다. 축구 양말과 스니커즈, 그리고 재킷과의 믹스 매치로 단순한 키치 스타일을 넘어 스포티하면서도 트렌디한 룩을 완성해냈다.
데님 너머의 마이크로 쇼츠 세계
‘마이크로 쇼츠’ 하면 데님이 가장 먼저 떠오르지만, 소재는 무한하다. 프라다는 최근 컬렉션에서 수트 팬츠를 무릎 위로 잘라놓은 듯한 마이크로 쇼츠를 선보였다. 사파리 포켓이 더해져 실용성도 갖춘 이 디자인은 포멀과 캐주얼의 경계를 자유롭게 넘나들었다. 딜라라 핀디코글루는 가죽에 코르셋 디테일을 더한 독특한 마이크로 쇼츠를 공개, 펑크 감성을 강조하며 시선을 사로잡았다.
이처럼 마이크로 쇼츠는 단순히 ‘짧은 바지’라는 틀을 넘어, 각 브랜드와 디자이너의 미학을 담는 캔버스로 진화하고 있다. 착용자의 개성과 스타일링에 따라 그 느낌도 천차만별. 누군가는 시크하게, 또 누군가는 러블리하게 연출할 수 있는 이 아이템은 올해 여름 옷장에서 빠질 수 없는 존재가 되었다.
셀럽도 입는다, 거리도 입는다
패션 아이콘들 역시 마이크로 쇼츠의 매력에 빠져들고 있다. 시드니 스위니는 오버사이즈 블레이저와 짧은 쇼츠를 매치해 80년대풍의 레트로 무드를 살리면서도 세련된 룩을 완성했다. 그녀는 화이트 쇼츠에는 구조적인 블레이저를, 프린트 쇼츠에는 클래식한 테일러드 재킷을 더해 다양하게 변주했다.
오는 8월 내한을 앞둔 찰리 XCX는 이미 잘 알려진 ‘마이크로 쇼츠 마니아’다. 데님, 실크, 레더 등 소재의 경계를 넘나드는 그녀의 스타일링은 공연무대는 물론 일상 속에서도 쉽게 참고할 수 있다. 특히 무릎까지 오는 롱부츠와의 매치는 과감한 쇼츠 스타일링에 균형을 더하는 좋은 예시다.
케이트 모스가 마이크로 쇼츠와 조끼를 입고 페스티벌을 누비던 그때부터, 알렉산더 스카스가드가 체크 쇼츠로 클래식하게 연출한 최근 방송까지—마이크로 쇼츠의 영감은 지금 이 순간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번 여름, 가장 짧은 바지로 가장 자유로운 스타일을 만들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