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똑딱’ 하는 경쾌한 소리, 손끝에 느껴지는 기분 좋은 긴장감. 한 번쯤은 들어봤을 법한 ‘키스 락(Kiss Lock)’은 그 자체로도 작은 설렘을 불러일으키는 디테일이다. 두 개의 금속 구슬을 맞물려 여닫는 이 잠금장치는, 입을 맞추는 듯한 모습 덕분에 ‘키스 락’이라는 낭만적인 이름이 붙었다. 과거에는 주로 동전 지갑이나 작은 클러치에 사용되었지만, 최근 패션계에서 다시 주목받고 있다. 2025년 봄/여름 시즌, 런웨이를 수놓은 키스 락 백들은 단순한 복고풍이 아니다. 클래식한 아름다움에 현대적인 감성을 덧입혀, 다시 한번 우리의 손끝을 사로잡고 있는 중이다.
자끄뮈스와 코치, 키스 락에 스타일을 더하다
가장 먼저 키스 락 백을 감각적으로 선보인 브랜드는 자끄뮈스다. 2025 S/S 컬렉션은 파리의 고전적인 아파트에서 열린 런웨이만큼이나 고풍스러웠다. 이곳에서 등장한 키스 락 백은 올드 할리우드를 연상케 하는 룩과 절묘한 조화를 이루었다. 특히, 닥스훈트를 닮은 실루엣에 사각 금속 프레임을 더한 디자인은 고전적이면서도 유머러스했다. 손목에 무심히 걸쳐 들 수 있도록 스타일링한 것도 인상적이다.
코치 역시 키스 락 백을 새로운 시각으로 재해석했다. 브랜드의 첫 여성 디자이너였던 보니 캐신의 유산을 이어받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스튜어트 베버스는 이번 시즌에 펑크적 요소를 결합한 키스 락 백을 선보였다. 그래피티 프린트와 다양한 패치가 더해진 가방은 뉴욕의 에너지를 담아내며, 단정함에 유쾌함을 더했다. 스웨이드 재킷과 운동화를 매치한 룩은 전통적인 키스 락 백의 이미지를 가볍게 비틀면서도 세련됨을 유지한다.
질 샌더의 미니멀한 해석과 셀럽들의 선택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는 질 샌더도 키스 락 백의 매력을 놓치지 않았다. 니트 드레스에 매치한 키스 락 클러치는 간결한 형태 덕분에 더욱 고급스럽고 모던하게 다가온다. 특히, 실용성을 고려한 톱 핸들 디자인은 데일리 룩과 이브닝 룩 모두에 잘 어울린다. 화려하지 않지만 존재감 있는 포인트로, 질 샌더의 감성을 고스란히 담아낸다.
트렌드에 민감한 셀러브리티들 역시 이 ‘똑딱 가방’의 귀환을 반기고 있다. 잇 백의 아이콘, 사라 제시카 파커는 최근 여러 차례 키스 락 백을 든 모습으로 파파라치에 포착됐다. 그녀의 선택만으로도 이 가방은 단숨에 다시 주목받게 되었다. 클래식함과 위트를 동시에 갖춘 키스 락 백은, 지금 이 순간 가장 ‘지금다운’ 아이템이 되고 있다.
낭만적이고도 실용적인, 작지만 큰 변화
키스 락 백은 단지 가방 하나의 유행이 아니다. 손에 쥘 때마다 전해지는 촉감, 여닫는 소리에서 느껴지는 소소한 기쁨. 이 작은 디테일이 주는 감정은, 우리가 다시금 패션에서 찾고 있는 인간적인 순간과 닿아 있다. 바쁜 일상 속에서 스냅 버튼이나 자석이 아닌, 손가락으로 직접 여닫아야 하는 아날로그적인 방식은 오히려 더 특별하게 느껴진다.
올여름, 한 번쯤은 가방을 열고 닫는 즐거움을 새롭게 경험해보는 것은 어떨까? 클래식은 다시 돌아온다고 했지만, 이번엔 훨씬 더 멋스럽고 감각적으로 진화한 모습으로 돌아왔다. 똑딱 소리 하나에 기분이 좋아지는 마법 같은 순간, 키스 락 백은 그 시작점이 되어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