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벽함보다 불완전함이, 단정함보다 혼란이 아름다울 수 있습니다. 프랑스 보그는 “혼란스러움을 사과하지 않는 멋진 여자”를 ‘메시 걸’이라 부르며 2025년 새로운 미학의 탄생을 알렸습니다. 이제는 ‘적을수록 더 좋다’는 클린 걸이 아닌, 있는 그대로의 엉망진창을 자신감 있게 드러내는 메시 걸의 시대입니다. 뷰티 세계에서 조용히 시작된 이 물결은 패션계로 퍼지고 있으며, SNS에서 요구하는 무결점 이미지에 피로감을 느낀 MZ 세대의 정서와 공명하고 있습니다. 흐릿한 아이라인, 텍스처가 살아 있는 피부, 헝클어진 머리와 너덜너덜한 옷자락이 이 새로운 미학의 정체성입니다.
‘인디 슬리즈’에서 메시 걸까지
메시 걸 트렌드는 2000년대 중반 인디 록 신(Scene)에서 유행했던 ‘인디 슬리즈’ 감성의 부활에서 출발했습니다. 케이트 모스, 아기네스 딘, 에이미 와인하우스, 메리 케이트 올슨 같은 아이콘들이 이끌던 그 스타일은, 절제보다는 과잉에 가까운 무심한 멋을 추구했습니다. 블랙 아이라이너, 헤진 발레 슈즈, 각종 잡동사니로 가득 찬 핸드백은 그 시절을 대표하는 상징들이죠.
오늘날 메시 걸은 그 미학을 ‘시대의 해독제’로 되살리고 있습니다. 유행을 따르지 않고,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내보이며, 빈티지 의류와 비주류 감성으로 자신만의 스타일을 만들어갑니다. 패션은 자기표현이자 정치적 선언이라는 사실을 다시금 환기시키는 흐름입니다.
엉망이어도 괜찮아, 감정의 조각을 꿰매다
신예 아티스트 롤라 영은 이 트렌드에서 음악적 영감을 얻었습니다. 그녀의 2024년 발표곡 ‘Messy’는 ADHD와 복잡한 감정을 찬양하는 찬가와도 같았습니다. 그녀는 한 인터뷰에서 “어떤 날은 너무 깔끔해서 숨이 막히고, 어떤 날은 너무 엉망이라 불안하다”고 고백했습니다. 이처럼 메시 걸은 균형을 추구하지 않습니다. 대신, 모든 날의 자기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법을 배우죠.
이러한 감성은 ‘완벽’ 대신 ‘진짜’를 갈망하는 젊은 세대의 감정과 맞닿아 있습니다. 메시 걸의 매력은 치장된 자유가 아닌, 감정의 파편과 순간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데 있습니다.
런웨이 위의 무질서, 새로운 룰이 되다
2025년 가을/겨울 컬렉션은 기존의 ‘콰이어트 럭셔리’에서 한발 물러난 반항적 시도를 담았습니다. 겐조는 스파게티 스트랩 탑을 바지 위로 늘어뜨리고, 프라다는 헝클어진 머리로 런웨이를 채웠습니다. 이들은 메시 걸 트렌드를 런웨이에서 고급스럽게 해석하며, ‘무심함 속의 정교함’을 제안했습니다.
메시 걸을 대표하는 인물들 역시 각광받고 있습니다. 개성 강한 모델 가브리엣, 아멜리아 그레이, 찰리 XCX는 클럽에서 밤을 지새운 듯한, 꾸미지 않은 듯한 스타일로 메시 걸 미학을 현실화합니다. 프라발 구룽의 쇼 노트가 표현한 것처럼, “밤 외출에서 다음 날 아침까지의 짧은 순간”을 살아가는 이들이죠.
완벽함이 지친 세대의 새로운 선언
메시 걸 스타일은 단순한 유행이 아닙니다. 불완전함을 인정하고, 혼란을 수용하며, 있는 그대로의 나를 사랑하려는 현대 여성들의 새로운 태도입니다. 스타일은 결국 자신을 어떻게 드러내고 싶은가의 문제니까요.
이제 중요한 건 ‘얼마나 정돈되어 있느냐’가 아니라 ‘얼마나 나답게 살아가고 있느냐’입니다. 메시 걸은 그렇게 외칩니다. “엉망이어도 괜찮아. 나는 지금 나답게 충분히 멋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