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day, June 2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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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함과 따분함의 공존, 샘 맥키니스의 집

화려한 벽지와 앤티크 소품, 그리고 미묘한 정적이 깃든 풍경 속에서 화가 샘 맥키니스는 예술과 삶의 균형을 실험한다. 그의 새 보금자리, 코네티컷의 집은 그의 회화처럼 모순된 아름다움을 품고 있다.

대중의 욕망을 비추는 ‘가짜’의 매력

화가 샘 맥키니스(Sam McKinniss)는 대중문화의 이미지를 회화로 변주하며 이름을 알린 작가다. 그의 작업은 언제나 진짜와 가짜, 친숙함과 불편함 사이를 오간다. 연예인의 초상이나 유명한 앨범 커버를 그리는 그의 작품에는, 이미지에 투영된 대중의 욕망과 무의식이 고스란히 담긴다. 그런 그의 집 역시 그림처럼 이중적인 매력을 지녔다.

코네티컷 켄트에 위치한 맥키니스의 새 집은 얼핏 보면 17세기 오두막 같지만, 그 안에는 색채의 향연이 펼쳐진다. 벽지와 미술 작품, 가구 하나하나가 조화를 이루는 동시에 충돌한다. ‘화려함과 따분함’의 공존. 이는 곧 그의 예술 세계를 압축한 개념이기도 하다.

예술가의 고향으로 돌아간 이유

맥키니스는 코네티컷 하트퍼드 카운티에서 목사 아버지와 함께 성장했다. 고등학생 시절 미술 학원을 다녔고, 장학생으로 하트퍼드 아트 스쿨에 진학했다. 졸업 후 보스턴을 거쳐 뉴욕으로 향한 그는, 클럽과 파티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점차 주목받는 신진 화가로 성장했다.

그는 2010년대 뉴욕 예술계에서 ‘셀러브리티의 초상’을 그리는 독특한 스타일로 팬층을 형성했다. 가수 로드의 앨범 커버 작업으로 일약 스타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도시의 소음은 그에게 더 이상 자극을 주지 못했다. “밤새 약에 취해 노는 일이 재미없어졌어요.” 그렇게 그는 다시 고향 근처의 조용한 마을로 돌아왔다.

집이라는 새로운 캔버스

그의 현재 거처는 단순한 주거 공간이 아니다. 윌리엄 모리스 벽지, 초록 래커로 칠한 벽, 앤티크 촛대와 중고 창틀이 만들어내는 장면은 마치 한 편의 연극 무대처럼 느껴진다. 그는 이곳을 도로시 드레이퍼의 미드 센추리 바로크 스타일에 영감을 받아 꾸몄고, 플라밍고 핑크와 애시드 그린이 절묘하게 어우러진다.

특히 인상적인 것은 빨간색으로 칠한 세탁실, 거실의 그랜드피아노, 햇살이 스며드는 응접실이다. 색감은 강렬하지만 어딘가 정갈하며, 세심하게 배치된 오브제들은 그 자체로 회화적이다. 이 모든 공간은 맥키니스가 평온 속에서 사색과 작업에 몰두할 수 있도록 돕는 배경이 된다.

조용한 일상과 예술의 균형

그는 매일 아침 9시 작업을 시작하고, 파트너 마이클 론드레스와 점심을 함께한다. 독서를 즐기고, 산책을 하고, 친구들과 모임을 가진다. 조용하지만 풍요로운 루틴 속에서 그는 점점 더 내면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예술 속 진정한 기쁨을 되찾고 싶다”는 마음으로 ‘소 연작’을 그리기 시작했다. 이는 옛 뉴잉글랜드의 목가적 판타지를 담은 그림들로, 오히려 픽셀로 왜곡된 인터넷 이미지를 바탕으로 한 것이 특징이다.

작업실은 집에서 불과 100걸음 떨어진 헛간을 개조해 만들었다. 벽은 새하얀 석고판처럼 텅 비어 있고, 캔버스의 테두리에만 그의 손길이 남아 있다. 그곳에서 완성된 최근 전시 <완료 시제(The Perfect Tense)>의 그림들은 피오나 애플, <프렌즈>의 주인공들, 그리고 다이빙 선수 그렉 루가니스의 모습 등 상실과 애도를 테마로 한 작품들로 구성되었다.

맥키니스가 꿈꾸는 미래

“죽음과 위기에 대한 개인적 경험이 대중과 공유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그는 이렇게 말하며, 과거와 현재, 사적 경험과 공적 이미지가 뒤섞인 자신만의 회화 언어를 구축해간다.

그의 집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예술작품이자, 삶과 예술의 이상적인 결합이다. 샘 맥키니스는 화려함과 따분함, 인공성과 자연스러움 사이에서 자신만의 미감을 완성하고 있다. 그리고 이 고요한 집에서 그는 여전히 새로운 무언가를 꿈꾸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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