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ursday, June 19,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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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간이 선언이 될 때 – 롱 응우옌의 렌즈를 통해 본 패션의 아름다움

기획된 콘셉트와 구성이 아닌, 단 하나의 셔터로 완성된 이미지. 사진작가 롱 응우옌(Long Nguyen)은 그런 순간을 통해 강렬한 패션의 언어를 기록한다. 그의 사진은 각각 독립적인 존재이며, 설명 없이도 미학적 선언이 된다. 시선을 멈추게 하고, 감각을 자극하며, 내면의 소리를 불러일으킨다.

패션은 감정이다

             롱 응우옌이 클라이언트를 위해 작업한 사진들은 첫눈에 그의 빛과 감정을 다루는 날카로운 감각을 보여준다. 단순히 하나의 형태를 담는 것이 아니라, 각 이미지마다 상태가 존재한다. 때론 강렬하고, 때론 부드럽고, 때론 반항적이며, 때론 사색적이다. 그 개성은 복잡한 후반 작업이나 화려한 배경에서 비롯되지 않는다. 모델의 진짜 감정, 그리고 이를 ‘포착’해내는 뛰어난 능력에서 나온다.

             파스텔 핑크 퍼 코트를 입은 모델의 옆모습은 젖은 머리카락과 따뜻한 배경 색감이 맞물려, 연약함과 강렬함이 공존하는 느낌을 준다. 이 순간, 패션은 더 이상 단순한 겉모습이 아니라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 된다.

색채와 빛의 지휘자 롱 응우옌의 이미지에서 색은 주인공이다.

              롱 응우옌의 사진은 단순한 구도를 넘어 색채의 마법으로 완성된다. 그는 강렬한 오렌지, 레드, 골드 톤을 과감하게 활용하면서도 절제된 감각으로 그 어느 때보다 세련되게 주인공의 존재감을 극대화한다. 색과 빛이 조화를 이루며 시각적인 충격과 우아함을 동시에 선사하는 순간이다.

               빛 또한 단순한 조명 기법을 넘어선다. 그는 ‘페더링 라이트(feathering the light)’ 기법을 활용해 피부에 부드러운 톤을 더하며, 3점 조명(three-point lighting) 구성을 컬러 젤과 벽 반사광으로 변형해 공간감을 극도로 세밀하게 표현한다. 이는 고도의 예술 감각과 기술적 통찰이 결합된 결과다.

예술가의 눈빛
              사람들의 기억에 오래 남는 사진들은 종종… 살짝 고개를 돌리는 순간, 머리카락이 흩날리는 한순간, 또는 흐트러진 머리 사이로 반쯤 감긴 눈빛 때문이다. 바로 그 ‘황금의 순간’은 패션, 움직임, 개성이 완벽히 어우러지는 찰나다. 롱 응우옌은 그 순간을 포착하는 데 탁월한 직관력을 지녔다. 그는 언제 시간을 멈추어 가장 아름다운 순간을 담아야 할지 정확히 안다.

                특히 그의 독창적인 기술 중 하나는 RGB나 CMYK 대신 LAB 시스템으로 색을 다룬다는 점이다. 감정에 따라 색을 섬세하게 조형하며, 각 화보마다 완전히 새롭고 독립적인 색 프로파일을 직접 설계한다. 이러한 색채 조정은 프리셋 없이 구현되는 감각적인 미학으로, 국제적인 스튜디오에서도 흔히 찾아보기 힘든 고급 기법이다. 또한 그는 프리셋 사용을 거의 하지 않고, 매번 독자적인 색채 프로파일을 새롭게 만들어 각 인물의 독특한 개성을 극대화한다.

사진은 문화적 사명이다
                롱 응우옌은 단순히 아름다운 사진을 만드는 데 그치지 않는다. 그는 전문 사진가로서 깊은 이해와 통찰을 바탕으로 작품을 완성한다. 2015년 미국 IPA 국제사진대회에서 ‘명예 사진작가(Honorable Photographer)’로 선정되었으며, 그의 H’Mong 여성 초상 사진은 프랑스의 서바이벌 인터내셔널(Survival International)에서 전 세계 기금 마련을 위한 달력 및 경매 작품으로 선정되었다.또한 그는 중국의 명문 사진 학원들인 니헙혼 아카데미, 마란화 아카데미, 그리고 베이징 T89 인물사진 아카데미에서 체계적인 교육을 받았다.

                  롱 응우옌은 한 인터뷰에서, 가장 큰 도전 중 하나가 바로 ‘톤 앤 매너(tonality)’를 한 사진집 내내 유지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즉, 한 시리즈의 사진 각각이 가진 빛, 색, 그리고 분위기가 자연스럽게 연결되어 하나의 감성 흐름을 이루도록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그는 스토리보드를 직접 스케치하거나 AI 렌더링으로 미리 제작하여 전체적인 감성을 사전에 설계한다. 이 과정은 국제 캠페인 촬영팀에서나 볼 수 있는 ‘이미지 디렉팅’ 기법으로, 롱 응우옌에게 있어 각 사진집은 말 없는 영화와 같아, 관객들이 사진을 보면서도 그 안에 울려 퍼지는 소리를 함께 ‘들을’ 수 있게 만든다.

                  화려한 패션의 세계 속에서, 때로는 단 한 장의 완벽한 순간이 자신의 이야기를 말해준다. 롱 응우옌의 사진들은 특정 캠페인이나 컬렉션에 묶이지 않는다. 그 자체로 이미 하나의 완성된 콘셉트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단순히 사람의 모습을 기록하는 것이 아니라, 패션의 진정한 정신—생명력, 움직임, 그리고 끊임없는 자기 갱신—을 포착해낸다.

Hailey | LiLy Yo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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