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팝 스타와 소비재 브랜드의 협업이 단순 광고를 넘어 몰입형 체험 마케팅으로 확장되고 있다. 팬들은 더 깊이 있는 경험을, 브랜드는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다질 기회를 얻는다.
오프라인 현장을 사로잡은 K팝 체험형 마케팅
지난 6월 13일부터 14일까지 고양 킨텍스에서 열린 방탄소년단(BTS) 데뷔 11주년 기념 행사 ‘BTS 페스타’에는 팬덤 ‘아미’ 6만여 명이 운집했다.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은 것은 무대뿐 아니라 행사장 곳곳에 마련된 브랜드 체험 부스였다. 오뚜기, 라네즈, 포토이즘, hy, 팔도, 담터 등 6개 브랜드가 참여해 제품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다.
진라면 부스에서는 BTS 멤버 진이 모델로 활동 중인 라면을 4천여 명의 국내외 팬이 직접 맛보며 “생각보다 덜 맵고 치즈 맛이 진해 인상 깊다”고 호평했다. 라네즈는 6만5천 개의 화장품 샘플을 나눠주며 글로벌 팬들에게 제품을 자연스럽게 노출시켰다.
세븐틴 10주년 행사, 브랜드와 팬이 함께한 축제
지난 5월 23일부터 25일까지 서울 반포한강공원과 잠수교에서 열린 그룹 세븐틴의 데뷔 10주년 기념 행사 ‘B-데이 파티’는 체험 마케팅의 정점이었다. 총 방문객 수는 35만 명을 넘었고, CJ제일제당, 아모레퍼시픽, 나스 코스메틱 등 20여 개 브랜드가 참여해 총 15만 개의 제품을 팬들에게 증정했다.
이러한 현장은 브랜드가 단순 스폰서를 넘어서 팬들과 소통하고, 제품을 직접 경험하게 하며 소비로 연결시키는 플랫폼이 되고 있다. 브랜드는 팬들의 충성도 높은 소비력을 기반으로 자연스러운 글로벌 홍보 효과를 누리고 있다.
지드래곤, 머스크가 리트윗한 협업의 상징
K팝 스타의 브랜드 파급력은 지드래곤(G-Dragon)의 사례에서도 잘 드러난다. 지난 6월 13일, 본인의 패션 브랜드 ‘피스마이너스원’과 주류 회사 부루구루가 협업해 출시한 하이볼 행사에 테슬라 사이버트럭을 타고 등장한 모습은 소셜미디어 X(구 트위터)에서 큰 화제가 됐다. 이 영상은 일론 머스크가 직접 리트윗하며 글로벌 이목을 집중시켰다.
그가 4월 출시한 ‘블랙 하이볼’은 3일 만에 초도 물량 88만 캔이 완판됐고, 5월에는 ‘레드 하이볼’을 CU 편의점에서 하루 8,888캔씩 한정 판매하며 연일 매진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처럼 아티스트와 브랜드의 협업은 ‘SNS 바이럴’과 실질적인 매출로 직결되는 성과를 낳고 있다.
팝업 스토어부터 숙박 체험까지…경계 없는 협업
브랜드와 K팝 아티스트의 협업은 팝업 스토어와 라이프스타일 전반으로 확장 중이다. 화장품 브랜드 정샘물은 서울 성수동 팝업 스토어에 그룹 투어스(TWS)의 포토존을 설치해 팬들이 사진을 찍으며 브랜드에 자연스럽게 몰입할 수 있도록 구성했다. 피원하모니는 망원동 플리 마켓과 협업해 굿즈와 음악 콘텐츠를 결합한 특별한 팝업 공간을 선보였다.
심지어 공유숙박 플랫폼 에어비앤비는 세븐틴 멤버들이 직접 호스트로 나서 팬들과 만나는 이벤트를 진행하며 이목을 끌었다. 에어비앤비 CEO 브라이언 체스키는 “세븐틴과의 협업은 매우 센세이셔널하다”며 추가 협업에 대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브랜드와 K팝의 ‘윈윈’…콘텐츠가 곧 경제
한국수출입은행의 연구에 따르면 콘텐츠 수출이 1억 달러 증가할 때 소비재 수출도 1억8천만 달러가 함께 증가하는 상관관계가 있다. 이는 K팝 스타와의 협업이 단순 마케팅을 넘어서 국가 이미지와 소비재 산업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친다는 방증이다.
하이브 관계자는 “전 세계 팬들에게 새롭고 창의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동시에, 브랜드와는 차별화된 파트너십을 통해 상호 윈윈하는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고 밝혔다. K팝 팬들의 충성도 높은 소비문화는 엔터테인먼트를 넘어 전 산업군에 강력한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